목소리는 모방할 수 없으니까 …

말로 설명하는 게 더 전달력 있지 않나요?

간편하다는 점,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남길 수 있다는 점 등.

‘유언은 꼭 종이에 써야 한다?’

아직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우리 민법은 다양한 유언 방식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직접 자필로 쓰는 자필증서, 공증인이 작성하는 공정증서, 유언 효력을 발할 때까지 비밀로 하는 비밀증서, 위급 상황에서 구수하여 남기는 구수증서유언 등이 있죠.

그리고 지금 알려드릴 녹음유언이 있습니다.

최근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확대되면서 쉽게 접할 수 있고, 편하게 음성을 남길 수 있어서 주목받고 있는 유언방식입니다.

말 그대로 유언자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유언, 상속 내용을 ‘녹음’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모든 유언 방식은 각기 장단점이 모두 있습니다.

녹음유언의 장점은 단연 간편하고, 편리하다는 점이에요.

여러 사정으로 글을 쓰기 어렵거나, 문장을 구사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 ‘구두’로 하고 싶은 말과 상속을 남길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과거에 비해 발전한 디지털 기기와 보급으로 인해 당장에라도 옆에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녹음을 진행하고, 파일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도 있으니 누구나 어렵지 않게 유언을 남길 수 있어요.

또 녹음 방식은 유언자의 육성을 들을 수 있어서 진정성을 파악하고,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글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미묘한 뉘앙스나 진심을 전할 수 있어서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죠.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녹음 방식은 편집된 사실이 발견되면 효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녹음 중 중간에 실수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가령 자녀들에 대해 남길 말 따로, 재산 상속에 대한 내용 따로 해서 합치는 식으로 편집된 파일이라면?

유언이 인정되지 않아 법정 상속으로 진행되게 됩니다.

한편, 내용상으로는 재산 목록이나 금액 등 구체적인 수치가 많고, 특정 사항이 많은 경우 오히려 말로 전달하는 것이 글보다 전달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재산 구조가 복잡하거나 상속자가 많다면 더욱 문장을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남길 필요가 있죠.

그 외에도 파일은 보관에도 신경 써야 해요. 자필 유언처럼 분실의 위험은 없지만, 녹음은 파일 손상이나 삭제의 우려가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녹음 당시 유언자의 정신 상태나 외부 압력 여부를 증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A 씨는 아버지가 남긴 녹음된 유언을 집행하려던 중 법원의 검인 절차에서 막혀 저를 찾아오셨었습니다.

다행히 유언자의 성함, 날짜, 유언의 취지 등은 모두 깔끔하게 잘 녹음하셨더라고요.

그런데 딱 하나, 증인이 A 씨의 모친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배우자나 직계혈족은 증인이 될 수 없어 문제가 되었죠.

애초에 형식부터 구비되지 못한 녹음은 조력을 해드리기 어렵기 때문에 저는 효력을 주장하기보다는 다시 처음부터 법정상속분과 기여도를 확보하는 방안으로 조력을 해드렸어요.

주장한 기여도를 모두 인정받아 유언 내용보다 더 많은 상속분을 A 씨에게 안겨드릴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만약 녹음 단계 때부터 저에게 오셔서 요건을 갖춘 채 녹음하셨다면 불필요한 분쟁을 겪지 않으셨어도 됐을 거예요.

유언은 여러분의 재산 상황, 가족 관계, 유언자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효력 발생에 적합한 유언 방식을 변호사로부터 조언 받아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유언자가 생애 마지막으로 남기는 뜻이기 때문에 표현부터 구성까지 세세한 차이 하나로 효력이 달라지고, 상속의 귀속이 달라지니까요.

저는 유언 의뢰를 받거나, 상속 관련 의뢰를 받을 땐 상담을 더 깊이 진행하는 편입니다.

유언자의 뜻이 곡해 없이 집행될 수 있는 유언방식을 정하고 관리하는 것,

FROM. 이혼·가사 전문 변호사 전지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