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관련형사소송 잠자리거부하는 아내 vs 강요하는 남편, 형사까지 가야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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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6.05.31본문
잠자리거부 vs 잠자리강요
어떤 게 더 큰 이혼 사유일까요?
전자가 이혼 사유가 된다는 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죠.
실제로 법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 성관계를 거부하는 것을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봅니다.
그런데 강요한 쪽은요?
거부가 이혼 사유가 된다면, 그 거부를 무시하고 강제로 한 성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결론적으로 이혼 사유는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형사 고소까지도 가능합니다.
부부 사이의 의무라는 이유로,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아직 모르고 계십니다.
부부 사이에 강간죄가 성립하나요?
"제가 싫다고 해도 그냥 해요. 부부인데 왜 거부하냐면서요. 오히려 제가 잘못한 것처럼 화를 내고요."
꽤 오랜 기간 법은 잠자리를 강요하는 쪽의 손을 들어줘왔습니다.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한 부부 사이의 강제 성관계는 강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 판례였기 때문이죠.
부부 사이의 강간죄 성립 여부의 중요 요건이 성폭행이나 협박 여부가 아닌, '부부 사이의 성관계는 당연한 것'이라는 통념이었던 것입니다.
이 잘못된 통념은 2013년 5월, 대법원 전원 합의체(2012도 14788) 이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부부 사이에서도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혼인이 그 권리를 박탈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판결이 나온 지 10년이 지난 지금,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더디게 바뀌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에서조차 "부부 사이에 그게 강간이 돼요?"라는 말이 여전히 들리니까요.
그래서 잠자리강요 및 강간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핵심입니다.
단순히 거부 의사를 무시했다는 것 이상으로, 폭행 또는 협박으로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를 입증해야 합니다.
나 혼자 입증이 어렵다면, 수사기관 공권력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입증해 내야 합니다.

형사 병행으로 우위를 점한 전략
S 씨는 결혼 내내 남편의 잠자리 강요에 시달렸습니다. 매일같이, 수차례 요구가 이어졌고, 거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죠.
그녀의 속도 모르는 친구나 지인들은 부럽다며,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했지만
싫다고 완강하게 거부하고, 울면서 부탁해도 폭력적으로 강압하는 남편 때문에 마치 자신이 짐승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S 씨와 오랜 대화와 상담 끝에 그녀는 마침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이혼 의사를 전달하는 그녀에게 돌아온 남편의 대답은,
"잠자리거부는 이혼 사유인 거 몰라? 위자료는 당신이 나한테 줘야지."
그냥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S 씨가 거부할 때마다 했던 말들을 녹음하고, 거부 의사를 담은 카카오톡 메시지들을 날짜별로 캡처해서 모아두고 있었습니다.
아내를 유책배우자로 만들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해온 겁니다.
이런 배우자들이 실제로 꽤 있습니다. 잠자리거부가 이혼 사유가 된다는 걸 알고 평소에 증거들을 먼저 쌓아두는 겁니다.
유사시에 사용하기 위해서죠.
즉, 잘못하면 피해자인 아내가 역으로 혼인을 파탄 낸 유책 배우자로 지목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사연을 접했을 때부터 머릿속에 떠올려두고 있던 고소장 카드를 곧바로 꺼냈습니다.
강간죄와 폭행을 병합해서 접수했고, 이혼 위자료뿐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도 별도로 청구했습니다.
남편이 차곡차곡 모은 증거로 의뢰인을 유책으로 몰려 한다면, 수사 구조로 기록을 남겨 민사에서 유리한 입지를 먼저 점해야 한다는 전략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남편이 낸 증거는 몇 장의 사진과 캡처가 전부였지만,
수사 과정에서 S 씨는 진술조서, 상해 진단서, 메시지 기록, 그리고 잦은 관계로 인한 수차례의 유산 기록을 제출하였습니다.

고소 없이 이혼만 했다면 어땠을까?
결과적으로 유책의 책임은 남편이 지게 되었는데요.
재판부는 반복적인 성적 강요와 신체적 폭력, 그로 인한 수차례의 유산을 근거로 남편의 유책을 인정했습니다.
이혼 위자료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이 병합 인용되어 총 4천만 원을 인정받게 된 것이죠.
처음에 남편이 역청구하겠다고 했던 그 위자료가 결국 남편이 내는 쪽으로 뒤집힌 겁니다.
그런데 S 씨가 형사 고소 없이 이혼 소송만 진행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남편이 모아둔 캡처와 녹음이 법정에 그대로 제출됐을 것이고, 정당한 이유 없이 부부 의무를 저버렸다는 증거로 활용됐겠죠.
위자료를 받는 게 아니라 내야 하는 상황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S 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잠자리는 부부 사이의 은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거부한 사람과 강요한 사람이 있을 경우 '누가 먼저 기록을 남겼느냐', 그리고 그 기록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 것이냐에 승패가 달립니다.
저는 그 기록과 신뢰성을 형사 고소로 확보하였고, 결국 의뢰인이 책임질 뻔한 위자료를 받게 해드릴 수 있었습니다.
잠자리거부했는데 강요당했다면, 움직이기 전에 체크할 것들
FROM. 이혼·가사 전문 변호사 전지민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