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임신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이것도 이혼 사유가 되나요?

​

“아이 못 낳으면 같이 살 이유가 없죠.”

“우리끼리 잘 살면 되지. 꼭 아이가 있어야 해?”

이혼 상담을 오셨던 어느 불임부부의 대화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결혼하고, 임신하고, 출산하는 일 …

당연해 보이지만, 누군가에겐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한데요.

부부에게 불임이란 심각한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이혼까지 할 일인가?

불임이혼이 가능하긴 한가?

궁금하시다면 최신 판례를 근거로 정확하게 알려 드리겠습니다!

​

​

​

A 씨는 남편과 결혼한 지 3년 차가 되었지만, 임신 소식이 없어 산부인과에 갔습니다.

친구들 중에도 시험관 방식으로 출산한 부부들을 보았기에 시험관 임신을 시도하기 위해 간 것이었죠.

하지만 A 씨는 난임이 심해 인공수정을 해도 착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요.

남편은 결혼 전부터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고, 아빠로서의 로망을 가지고 있었기에 A 씨는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기적이 있으니 A 씨는 난임 치료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죠.

하지만 남편과 시댁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남편 잡아먹을 사주라더니, 내 이럴 줄 알았다.”

“당신도 힘들잖아. 이제 그만하자. 내 나이도 있는데, 기적만 믿고 기다릴 순 없어.”

시댁과 남편은 이혼을 바라고 있었고, 이혼을 요구했던 것입니다.

A 씨는 남편에게 미안하면서도 노력을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려는 남편이 야속했는데요.

그런데 A 씨의 잘못 없이 단지 난임·불임이라는 이유만으로 남편이 원하는 이혼이 성립할 수 있을까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실제로 최근에 많이 오는 문의 주제 중 하나입니다.

점점 초혼 부부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노산으로 인한 난임·불임 문제를 겪다가 이혼까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이죠.

불임이라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원하기도 하지만, 불임 상황이 원인이 되어 파생된 부부 관계의 변화로 이혼을 문의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부부끼리 합의가 된다면 협의이혼을 하면 되지만, 한쪽이라도 원하지 않으면 재판상 이혼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요.

그런데 재판상 이혼은 민법에서 정한 이혼 사유가 존재해야 소송 제기가 가능한데, ‘불임이혼’은 이혼 사유에 없어요.

그 자체만으로는 이혼이 성립할 수 없다는 뜻이죠.

원칙적으론 이혼 사유가 아닙니다.

사실 과거엔 결혼 후 출산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옵션이 아니라 필수로 생각했기 때문에 불임이혼소송을 제기하면 승소하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결혼도 선택이고, 출산도 선택이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불임은 정당성 있는 이혼 사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원의 입장은 출산은 결혼의 목적이 아닌 결과일 뿐이라는 것인데요.

‘만약 임신 가능성이 0인 경우에도 이혼할 수 없나요?’

네, 마찬가지입니다.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영구적으로 불임 판정을 받아도 이혼 사유가 될 순 없습니다.

이 외에 불임은 물론, 무정자증, 성기능의 장애 등 생물학적 요인만으로는 혼인을 해소할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민법에 규정된 이혼 사유들을 잘 보면 공통점은 노력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이에요.

부정행위, 악의적으로 배우자를 유기, 심각할 정도의 부당 대우 등은 의지를 가지고 노력할 수 있는 영역임에도 하지 않아 부부 사이가 파탄에 이른 것으로 보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불임은 다른 문제잖아요.

‘불임’ 판정을 받게 된 상황만 가지고 이혼을 인정해 준다면 부부 관계를 보호받지 못할 케이스가 많아질 테니까요.

​

​

이혼 사유 중 마지막 규정에는 ‘그 밖의 혼인 유지가 어려운 중대 사유’라는 폭넓은 사유를 규정하고 있어요.

불임은 유책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되기 어렵지만, 그로 인해 부부 사이 갈등이 심해진 경우라면 가능한 것이죠.

• 이미 혼인 전에 불임 판정을 받았는데, 이를 속이고 결혼한 경우

•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의도적으로 임신 노력(부부 관계)을 거부​하는 경우

• 불임 판정 이후 배우자의 폭언·폭력이 심해진 경우

• 불임 문제로 싸우다 일방이 장기간 가출 중인 경우

• 불임을 이유로 시댁으로부터 심각한 폭언·부당한 대우를 당한 경우

• 아내가 불임 판정을 받자 이혼을 요구하며 외도한 경우

이처럼 시작은 불임이 원인이었지만, 그로 인한 갈등으로 부부 관계가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었거나 파탄된 경우엔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혼 사유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필수죠.

한 의뢰인은 본인의 불임 판정을 받은 이후 남편과 관계마저 소원해졌고, 남편이 결혼 전에 사귀었던 전 여자친구와 외도 중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가능한 의뢰인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빠른 시간 내에 결정적인 증거를 찾을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드렸고, 그렇게 증거를 취합한 후 이혼은 물론 남편과 상간자를 대상으로 위자료까지 청구하였습니다.

이처럼 난임·불임은 그 자체만으론 이혼 사유가 될 수 없지만 가정의 파탄 원인, 관계의 회복 가능성, 결혼 생활 지속이 일방에게 고통인지 등을 따져 모두 해당한다면 이혼이 가능합니다.

어쩔 수 없는 불임을 이유로 부부 관계가 심하게 악화되었다면 더 나은 행복을 위해 이혼을 고려하는 것도 답일 수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서라도 신중한 판단을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FROM. 이혼·가사 전문 변호사 전지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