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집나간남편, '유기'로 소송했다가 오히려 '유책'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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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5.08본문

“오늘도 아이와 두 분만 오셨네요.
남편분은 일이 많으신가 봐요?”
“사실 남편이 집 나간 지 좀 됐어요.
이혼을 하고 싶어도, 연락이 안 되네요.”
늘 아이와 혼자 마트 장을 보던 이웃집 여성분께 무심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는데,
그분은 잠시 멋쩍게 웃은 뒤 저런 답변을 하셨었습니다.
불편한 질문을 드린 것 같아 죄송했던 것도 잠시,
제가 변호사이다 보니 고민 중이신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어 조심스럽게 법적 조언을 드렸었는데요.
이분처럼 집나간남편과 연락도 안 되고, 생활비도 끊긴 상황일 때.
연락이 안 된다는 이유로 혼자만 혼인 상태로 묶여 있어야 하는 걸까요?
다행히 혼자서도 이혼이 가능한 조건이 있습니다.
다만, 섣부르게 접근하면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 있기에 조심할 점도 꼭 함께 알아두셔야 해요.
집나간남편, 이혼 사유가 될까?
'잠시 나간 줄 알았는데,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어요'
생각해 보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들 하세요.
갈등이 쌓여오긴 했지만 큰 문제 없이 지내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은 문제로 싸우던 중 나갔고… 그게 마지막이었을 줄 몰랐다고들 하시죠.
심지어 생활비도 끊기고, 연락도 안 되고, 공과금·육아까지 전부 혼자 감당하게 되는 날이 길어지던 어느 날, 이런 생각마저 들어오셨다고 합니다.
"차라리 확실하게 이혼이라도 했으면 …"
그리고 이런 상황에 계신 분들이 처음 물어보시는 질문들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그런데 가출만으로, 이혼 사유가 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런 경우에도 '이혼은 가능'합니다.
단순히 집을 나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악의적 유기’를 입증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해요.
하지만 집을 나간 '단순 유기'에 더해 '악의성'까지 입증하기란 사실 쉽지 않아요.
유책 배우자가 돼버리면 위자료까지 줘야 하는데, 상대방도 가만히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 집나간남편이 이혼 사유가 되는 법적 근거 민법 제840조 2호 :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했을 때 |
'유기'보다 더 중요한 '악의' 입증
그래서 정확히 짚어야 해요.
‘악의적 유기’라는 건 어떤 상황을 말하는 걸까?
그냥 집을 나갔다고 해서 다 해당되는 건 아니거든요.
단순 별거는 부부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일시적인 거리 두기일 수도 있어요.
서로 연락이 되고, 생활비도 보내고, 일정 기간 후에는 대화나 재결합 시도도 이어지는 경우죠.
하지만 '악의적' 유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말 그대로, 정당한 이유 없이 가정을 떠나버리고, 그 뒤로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말해요.
생활비를 끊고, 연락을 피하고, 자녀 양육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는 등 아예 혼인관계를 포기한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죠.
이런 상황이 몇 달 이상 이어졌다면, 법원은 그 자체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의할 게 있어요.
상대방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대부분 "집을 나가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라고 반박하곤 하죠.
“아내가 먼저 폭언 또는 폭력을 행사했다.”
“생활비는 끊긴 게 아니라, 이체 거부가 있었다.”
“연락을 무시한 건 본인이다.”
이처럼 ‘유기’가 아니라 ‘불가피한 회피’였다고 주장할 여지를 남기면 오히려 유책을 반박당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실제로 외도, 폭력 등 나의 유책이 먼저 선행되었다면?
상대의 가출은 정당한 이유가 되므로 섣불리 소송을 했다가 도리어 유책 배우자가 될 위험도 있죠.
따라서 전후 정황을 꼼꼼히 따져 정말 법적으로도 ‘책임질 만한 가출’인지 하나씩 구조화해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으로 유책이 될 뻔했던 사례
그래서 이런 사건은 처음엔 누가 봐도 상대방이 잘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법정에 가면 의외로 판도가 뒤집히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실제로 몇 달 전 한 의뢰인의 사건도 그랬는데요.
남편이 집을 나간 지 1년이 넘었고, 생활비도 주지 않았으며, 연락도 일절 없는 상황에 오셨었어요.
누가 봐도 ‘악의적 유기’인 상황이었지만, 상대방은 오히려 더 강하게 나왔었습니다.
“평소 아내의 폭언이 심해 괴로웠다."
“생활비도 보냈지만, 아내가 이체를 거부했다.”
반박이 받아들여질 경우, 집나간남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판단될 수도 있었죠.
최악의 경우엔 의뢰인이 도리어 유책 배우자로 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요.
그래서 이 사건은 의뢰인에게 유책이 없는 상황이었음과 남편의 가출이 단순 회피가 아닌, 부양 의무를 저버린 이탈이라는 걸 보여주어야 했어요.
Q 집나간남편의 '악의적 유기' 관련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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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들을 시간 흐름으로 정리해 의뢰인이 홀로 견뎌온 고통의 시간과 무게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죠.
그리고 재판부는 남편의 반박 사유는 충분히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남편의 무책임한 태도가 혼인관계 파탄의 주요 원인이라고 판단하였는데요.
그 결과 이혼 인용과 함께 상대방의 악의적 유기에 대한 위자료 2천만 원도 인정될 수 있었습니다.
의뢰인의 입장에 충분히 공감하는 이상으로
상대방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해야 해요.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 번의 싸움에서 모두 이길 수 있으니까요.
FROM. 이혼·가사 전문 변호사 전지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