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양육비증액신청, 재혼 자녀를 이유로 내 아이를 외면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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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4.03본문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양육비 사건을 맡을 땐 늘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건 단순한 분쟁 해결이 아니라, 의뢰인의 고단한 현실과 마주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말 꺼내는 게 너무 미안해요.”
“나만 너무 예민한가 싶어서 그냥 참았어요.”
그리고 의뢰인의 말 뒤에는 아이가 있습니다.
책임을 홀로 감당해온 분들이, 세상 앞에 다시 용기를 내는 그 순간이기에 저는 이 일을 단순히 직업으로만 바라볼 수 없습니다.
아이를 위한 최소한의 몫을 찾는 일,
그리고 그 부모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
변호사로서 제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위로는 이들의 삶을 일으켜 세우는 일임을 항상 기억하죠.
오늘 전해드릴 이야기도, 그런 위로가 꼭 필요했던 한 어머님의 이야기입니다.

두 번이나 선을 그은 전남편
의뢰인은 이혼한 지 6년이 넘은 한 아이의 어머니였습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며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고 계셨지만,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죠.
6년 전 협의 이혼 당시, 전 남편과 합의했던 양육비는 월 40만 원.
당시엔 그 정도면 아이 키우는덴 괜찮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학원비, 급식비, 의료비까지 늘어나면서 턱없이 부족해져 고민 끝에 저를 찾아온 것이었죠.
“그 사람은 재혼해서 거기서도 아이 낳고 잘 살아요.
그 아이는 최신 태블릿을 갖고 다닌다는데, 우리 애는 체험학습비 하나 말할 때도 눈치를 보더라고요."
전 남편은 양육비 증액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고 했습니다.
“나도 지금 애 키우느라 여유 없어. 나 재혼했고, 거기서도 애가 있어.”
“이미 6년 전에 합의했잖아. 왜 또 그러는 거야?”
전 남편의 양육비증액신청 거절 이유는 2가지였죠.
그 말을 전하며 의뢰인은 작게 물었습니다.
“제가 너무 무리한 걸 요구한 걸까요… 그냥 참고 살아야 하는 걸까요…”
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니에요. 선생님은 무리한 게 아니라, 너무 오래 혼자 감당해오신 거예요.
이건 아이가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를 찾는 일이고, 이젠 제가 함께할 겁니다.”
아이는 지금도 자라고 있고, 그만큼 필요한 것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간의 지출 내역과 생활 변화를 세심히 정리했고,
아이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 법원에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양육비증액신청 문제는 싸움이 아니라, 상식과 책임을 회복하는 문제였죠.
양육비 합의는 끝이 아닌, 시작
“지금은 내가 다른 가정이 있고, 그 아이도 책임져야 하니까 여유가 없다”
재혼 가정의 자녀가 생겼다는 이유로, 첫아이에 대한 책임까지 회피하려는 사례는 많습니다.
이럴 때면 솔직히 많이 안타까워요.
한 아이를 함께 낳고 길러온 부모였다는 사실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다른 자녀가 생겼다는 이유로, 이전 자녀에 대한 책임을 줄일 수 있다는 인식은 매우 위험합니다.
심지어 양육권을 당신이 가져갔으니, 이후에 발생하는 모든 경제적 부담도
당신 책임이라는 식의 주장까지 나올 때도 있는데요.
하지만 그것 역시, 틀린 말입니다.
법적으로 양육권을 누가 가졌든, 부모로서의 부양의무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자녀는 과거의 선택이 아니라, 현재도 자라나고 있는 생명입니다.
그리고 법은 그 생명을 중심에 두고 판단하죠.

©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의뢰인의 전 남편이 거절한 또 하나의 이유는 양육비를 이미 합의했으니 증액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는데요.
이 말은 틀리진 않지만 절반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영화 제목이 있는데요.
이 경우엔 그 반대의 말이 어울렸습니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아니 달라진 상황이었죠.
6년 전 합의한 양육비는 그때 그 나이의 아이에게 적절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고, 생활 환경과 필요가 달라졌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법은 이런 ‘사정 변경’이 있을 때, 얼마든지 양육비를 다시 조정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죠.
“억지 부리는 거 아니야?”
그런데, 이게 정말 억지일까요?
아이의 도시락, 체험학습비, 학원비를 혼자 감당하느라 자신을 위해
옷 한 벌 사지 못한 사람이 꺼내는 조심스러운 말이 과연 억지일 수 있을까요?
공통된 양육의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양육비증액신청은 아주 작은 몫을 다시 나누자는 것일 뿐이죠.
양육비증액신청 승소까지
조용히 아이를 키우며 버텨온 의뢰인, 그리고 너무나 간단하게 책임에서 멀어지려는 전 배우자.
누군가는 너무나 묵묵히 아이를 책임지며 살아가고 있고, 또 누군가는 너무 쉽게 등을 돌리죠.
부모라는 이름 앞에서, 참 많은 차이를 보게 될 때가 많은데요.
이번 사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사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단 하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로만큼은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전 이 사건의 논리 구조상 승산이 높다고 판단했지만, 의뢰인께선 재판 내내 불안해하셨습니다.
“혹시라도 지면 어쩌죠… 그 사람은 절대 자발적으로 도와주지 않을 텐데요.”
그 말에 담긴 피로와 두려움을 느끼고, 저는 더 자주 의뢰인께 연락을 드렸죠.
서면 초안은 공유드리기 전에 두 번씩 손질했고,
중간 경과도 기다리게 하지 않기 위해 먼저 전화드리며,
“지금 이만큼 준비됐고, 다음엔 이런 이야기를 하겠습니다”라고 세세히 설명드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변호사님 전화가 올 때마다 마음이 좀 놓여요. 이게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게 느껴져서요.”
제 마음이 고스란히 의뢰인께 전달되었다고 하시니 저 역시 안심이 되었죠.
그리고 역시 예상대로 재판부는 저희의 양육비증액신청을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자녀의 연령 증가와 교육·생활비 부담 증가를 고려할 때,
기존 양육비는 자녀의 복리를 충족하기에 현저히 부족하다"라고 판단하며,
기존 월 40만 원에서 월 90만 원으로 양육비를 증액해 주었죠.
또한 “분쟁 발생의 책임은 주로 피고(전 남편)에게 있다"라며,
소송비용 전액을 상대방이 부담하라는 판결까지 함께 받을 수 있었습니다.
판결 소식을 전해드리는 그날, 의뢰인께선 한참을 말없이 계시다가 조용히 눈물을 흘리셨어요.
혹시 잘못된 결과가 나올지도 모를 것에 대비해
며칠 전 새벽 아르바이트 면접까지 보고 오셨다는 말씀을 뒤늦게 하시는데,
어머니의 위대함이 너무 가슴 아프게 와닿았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누군가가 조용히 감당하고 있는 싸움이 있다면,
그 옆에서 끝까지 함께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고요.
"이 사건을 맡으면서 제일 마음 아팠던 건,
자꾸 본인을 탓하셨다는 점이었어요.
'내가 뭘 잘못했나, 너무 요구한 건가'
전 그게 얼마나 부당한 생각인지
꼭 알려드리고 싶었고, 결과로 보여드렸죠."
FROM. 이혼·가사 전문 변호사 전지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