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상속유언을 대하는 전지민 변호사의 남다른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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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4.08.06본문
“우리 사이가 좋았던 건
어머니 임종, 딱 그때까지였어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
안타깝게도 이 문장은 상속 문제 앞에서 처참히 바스라집니다.
둘도 없이 애틋하던 형제들이 부모님의 유언장을 두고 언성을 높이고, 재산을 서로 가져가려 다투죠.
가사전문 변호사로서 이런 상황에 늘 마음이 아프지만, 그럼에도 지켜내고 싶은 신념이 있습니다.
'고인의 뜻을 헛되게 만들지 말 것', '남은 가족들의 화합과 행복을 생각한 방향을 찾을 것'
피 튀기는 상속 싸움 속에서 저만의 신념을 지키면서도 이기는 방법, 궁금하다면 딱 5분만 집중해 주세요.
어머니가 남긴 자필 유언장,
이길 수 있었지만
소송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유서는 고인의 의도와 다르게 양측 변호사와 법원 사이를 오가는 ‘법적 자료’로 쓰였죠.
바로 3번 항목 때문이었는데요.
아파트와 땅을 나눠 갖는 게 합당하지 않고 차액만큼 예금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상대측 입장 때문이었습니다.
사소한 말다툼에서 비롯된 분쟁이었고, 그로 인해 30년을 부대끼며 살아온 자매 사이에 금이 가버린 거죠.
분쟁은 더욱 과도해져 소송에 이를 지경이었습니다.
사실 어머니가 작성해 둔 자필 유언장의 내용과 형식은 모두 유효했으며, 의뢰인이 나눠 받을 분할 비율 또한 합당했습니다.
소송까지 가더라도 의뢰인이 충분히 승소할 수 있는 사안이었죠.
하지만 저는 장녀인 의뢰인에게 소송을 권유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바로 자필 유언장 뒤에 붙은 작은 쪽지 때문이었죠.
‘엄마가 없더라도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서로 의지하고 기대며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그거 하나면 엄마는 편히 눈 감을 수 있을 것 같구나’
그저 단순히 사건을 처리하기에 급급한 변호사였다면, 유언장을 쳐내야 할 문서로 봤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사건보다는 사람을, 승소보다는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그렇게 했고, 아직까지도 잘했다고 생각한 사건입니다.
종종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곤 하죠.
사건의 결말 그리고 에필로그 두 자녀는 어머니가 남긴 쪽지를 손에 쥐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리고 약속했죠. 더 이상 돈 때문에 다투지 않고 유언장에 적힌 대로, 어머니가 쪽지에 남긴 뜻대로 하겠다고요. 사무실 책상에 놓인 의뢰인의 휴대전화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배경화면 속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적 사진에서 세 모녀는 활짝 웃고 있었죠. |
아들에 의한 반강제 상속유언,
무효화시킨 사건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얼굴 붉히며 진행했던 사건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망인의 최후 의사와도 같은 상속유언.
옳고 그름을 따지기엔 그 자체로 귀중하다는 걸 알아서 함부로 그 내용과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편인데요.
이 사건에서는 고인의 유언 자체를 ‘무효’로 만들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아내와 어린 아들을 먹여 살리려고 공장에서 일평생 일을 하신 고인.
암 투병 중 호흡곤란이 와서 병원에 입원했고, 상태는 더 나빠져 반혼수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그를 병간호한 아내와 가족은 뒷전으로 하고 술과 도박에 빠진 아들.
임종이 가까워지자, 아들은 강제로 아버지 손에 펜을 쥐게 하고 유언장을 작성토록 했습니다.
‘모든 재산은 (부인이 아닌)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내용이었죠.
제 의뢰인이었던 어머니에게 생활비와 수술비 한 푼 남기지 않고 탕진하려는 그의 속셈이 훤히 보였습니다.
임종 직전인 아버지에게 ‘힘내세요’라는 말까지 하던 아들.
공증인으로 온 변호사가 상속유언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자 그는 겨우 고개를 끄덕이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저는 가만히 손 떼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의뢰인을 설득해 아들이 반강제로 행한 유언의 방식이 법에 어긋나 ‘무효’라는 점을 꼬집었고, 남은 재산을 아들이 아닌 의뢰인 앞으로 돌려놓았죠.
그녀의 최소한의 생계와 고인의 입장에서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상속유언, 이럴 땐 무효화할 수 있습니다.
피상속인의 손으로 적고 입으로 말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효력이 발생하는 건 아닙니다.
이 사건의 경우,
상속유언은 스스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작성됐으며 피상속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다면 고개를 끄덕인 행위는 진정한 의사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들에게는 상속인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결격 사유가 있었고요.
이러한 기준과 사유를 근거로 불합리한 상속유언을 무력화시켰습니다.
의뢰인과 울고 웃었던 사건으로
깨달은 것
가족을 잃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더 큰 상처를 받게 만드는 상속문제.
피해 가면 좋겠지만 가족을 둔 사회 구성원이라면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죠.
유언장이 존재하든 안 하든 언젠가 직면해야 하는 일이 올 겁니다.
이때마다 제가 의뢰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어떤 변호사가 되어주어야 할지 오랜 세월 고민한 결론의 끝은 이러했습니다.
상속문제가 발생하기 전, 화목했던 순간을 잃지 않도록 그 끝을 지켜주는 변호사
억울하게 재산을 빼앗길 상황이라면, 두 발 벗고 나서서 의뢰인의 몫을 끝내 쟁취해 오는 변호사
기꺼이 의뢰인의 슬픔에 빠져들고 때론 투철하게 싸울 줄 아는 변호사
'16년 차 가사 변호사'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도록, 이런 신념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10년이 지나건 20년이 지나건 변함없을 것입니다.
동물은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듯
저 변호사 전지민은 ‘신념’ 하나 남긴다는
생각으로 모든 사건에 임할 것임을
여러분께 약속하겠습니다.
FROM. 이혼·가사 전문 변호사 전지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