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관련형사소송 데이트폭력상담 변호사가 알려주는 가해자의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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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6.05.25본문
데이트폭력 가해자들이 신고를 받아도 태연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연인 사이 폭행은 '합의가 쉬운 편'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으로 알거나, 주변에서 들어서 알고 있거나 어느 쪽이든 그 계산은 실제로 맞아떨어지는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데이트폭력 가해자 중 상당수는 신고를 받은 이후에도 무서워하지 않고 연락을 이어 나갑니다.
사과와 회유를 반복하면서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철회시키는 것이 빠른 해결책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죠.
때문에 데이트폭력상담에서 제가 먼저 확인하는 건 피해 사실이 아닌, 죄명 구성입니다.
가해자의 계산이 처음부터 통하지 않게 만들려면, 어떤 죄명으로 고소할 지가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신고 다음 날에도 어김없이 연락하는 심리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 의뢰인은 남자친구에게 맞고 신고를 해놓고, 불과 열흘 뒤에 처벌불원서를 써줬습니다. 제가 그분을 만난 건 그 이후였어요.
처벌불원서를 왜 써줬냐고 물었더니, 남자친구가 열흘 넘게 매일, 24시간 연락을 해왔다고 했습니다.
울면서 사과하고, 반성한다는 문자를 수십 통씩 보내고, 이러면 자기 인생이 끝난다고 호소하고 집 앞에 찾아와 무릎을 꿇고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하는 모습에,
의뢰인은 그래도 사랑하는 남자친구인데 한 번의 신고로 전과자를 만들면 안 되겠단 생각에 취하를 해줬다고 하셨죠.
그런데 처벌불원서를 받아든 남자친구는 나가면서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미XX이 누구 인생 망치려고. 내가 너한테 왜 미안하냐? 맞을 짓 했으면 맞아야지."
열흘간의 눈물도, 사과도, 호소도 모두 존재하지 않았던 순간처럼 안면몰수를 한 것입니다.
처음부터 반성 같은 건 없었고, 오로지 처벌불원서 한 장을 받기 위한 열흘이었던 것이죠.
이게 가능한 이유는,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순간, 수사는 멈춥니다.
나중에 들리기로는 남자친구의 친구들이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니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서 그 종이 하나만 받으면 된다고 했다더군요.
한 번 써준 처벌불원서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같은 사건으로 다시 고소할 수도 없죠.
그래서 그분이 데이트폭력상담 중 다시 신고할 수 있냐고 물어왔을 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없었습니다.

가해자의 수법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은?
이분의 사건에서 아쉬웠던 건 또 있었습니다.
맞은 날 바로 병원을 갔더라면? 진단서 한 장만 있었더라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거라는 겁니다. 그리고 저라면 폭행죄가 아닌 상해죄로 고소했을 겁니다.
왜냐면 폭행죄와 상해죄는 이름은 비슷해도 법적으로는 전혀 다른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이지만, 상해죄는 아니라는 점에서요.
쉽게 말하면, 상해죄로 고소된 사건은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써줘도 수사가 중단될 수 없습니다.
열흘을 공들여 처벌불원서를 받아도, 양형요소로 참작될 뿐 그 자체로 수사가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상해죄 고소가 폭행죄에 비해 더 어려운 것도 아니에요.
맞은 날 병원에 가서 진단서만 받아두면 됩니다. 타박상이든, 찰과상이든, 2주짜리 진단이든 상관없이요.
피해를 당한 건 똑같은데, 진단서 하나로 폭행이 아닌 상해 사건을 구성하는 거죠.
또 다른 죄명 구성은 스토킹처벌법 병행 적용인데, 저라면 신고 후에도 끊임없이 연락하고 찾아왔을 때 스토킹 혐의도 씌웠을 겁니다.
원래 스토킹처벌법에도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고 있었지만, 2023년 법 개정 이후로 이 조항은 삭제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든, 처벌불원서를 써주든 수사는 계속되는 거죠.
즉, 두 죄명의 공통점은 가해자가 합의를 아무리 강요해도 처벌을 피하려는 시도 자체가 통하지 않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맞았다면, 당장 해야 할 것은?
그런데 진단서를 받으려면 맞은 날 병원에 가야 하고, 병원에 가려면 그날 그 상황에서 그 생각이 떠올라야 합니다.
말이 쉽지 막상 그 순간에는 신고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관계가 끝나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병원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데이트폭력상담 전화를 주시는 분들 중에 "병원을 갔어야 했는데 못 갔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 건 어쩌면 당연할 걸지도 몰라요.
한때는 사랑했고, 아니 어쩌면 맞는 그 순간에도 무섭긴 해도 사랑하는 중인 남자친구이기 때문에 신고를 한다는 마음을 먹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데이트폭력상담 때 이것만 당부드립니다.
"신고를 할지 말지는 나중에 결정하셔도 돼요. 관계를 끝낼지 말지도 나중에 생각해도 되고요.
그런데 증거는 지금만 만들 수 있어요."
타박상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진단서는 맞은 당일이나 며칠 내에 받아야 효력이 있으며, 카카오톡 협박 메시지는 가해자가 지워버리면 복구가 어렵습니다(요즘엔 삭제 가능 시간이 더 길어졌죠).
따라서 결정은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기록을 남기는 것만큼은 뒤로 미뤄선 안 됩니다.
신고 여부와 상관없이 증거들을 먼저 챙겨두는 것만으로 나중에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지가 훨씬 넓어집니다.
용서도, 신고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이것만큼은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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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 피해자가 놓치는 5가지
1. 신고 여부 결정 전에 증거는 미리 챙겨두기
2. 가해자의 사과 문자, 협박 메시지 등은 삭제하지 말고 별도 저장
3. 가해자가 연락을 이어오고 있다면 반의사불벌죄를 노릴 가능성을 인지
4. 처벌불원서 요구가 들어오면 서명 전 반드시 변호사 상담 먼저 받기
5. 폭행죄가 아닌 상해죄 또는 스토킹처벌법 등 다른 죄명으로 구성 가능한지 변호사와 먼저 확인하기
FROM. 이혼·가사 전문 변호사 전지민 변호사

